2024년 프론트엔드 개발자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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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


    (유교나이 기준) 나의 20대 마지막 2024년은 정말 많은 걸 깨달은 시기이다. 나는 하나의 생각에 꽂히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가 꽤 있는 타입인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무너진 한 해라고 생각한다. 늘 시야가 좁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짜 좁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개발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많이 경험했다. 

    상반기까지는 일상 자체는 무난했다. 어디가서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백수이다 보니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이게 가장 좋은 거다. 너무 지루해서 사건사고 없이 무난한 일상. 그러나 하반기부터 점점 길어지는 취준 기간. 과도하게 받은 주변 훈수질 악플에 내 안에 생각들은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살면서 역대급으로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자본 것 같다. 자존감이 정말 많이 깎였고, 막판엔 사건사고도 많아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퇴사, 그리고 이직 준비


    1월에 퇴사했다. 나는 내가 정말 잘 될줄 알았다. 일머리도 꽤 있고, 책임감도 높고,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라서 일도 나서서 하는 사람이었다. 이력서 내용은 조금 부실할지라도 면접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게 어필할 자신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커리어가 나온 건 내 탓이 아니야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나의 아주아주 큰 착각이었다. 애초에 조금 부실한 이력서는 우선순위에 놓이지도 않는다. 내가 오만했던거다. 진짜 별것도 아닌 게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그때 자기 객관화 열심히 했다. 그리고 눈을 낮췄다. 중고신입 자리도 넣었고, 하물며 정말 가고 싶은 회사의 인턴직(계약)까지도 넣었다. 과거엔 죽어도 안가 가겠다던 SI에도 지원을 했다. 근데 결론은? 다 떨어졌다.

    취업난이라곤 하지만 링크드인에 들어가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직, 취업 성공의 피드들이 정말 많이 떴다. 심지어 나랑 비슷한 연차이신 분들도 피드에 많이 떴다. 아니 취업난이라며? 근데 갈 사람들은 다 가잖아? 아... 난 그정도 실력이 안되는구나... 근데 난 신입 자리도 떨어졌잖아? 내가 신입만도 못하나 봐 나 진짜 폐급인가봐... 라는 생각의 흐름으로 밤마다 잠을 잘 못 자거나 꽤나 울기도 했었다.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해준 면접


    그렇게 점점 자기객관화를 하면서 여러 가지 취업 전략을 짜고 있던 중에 정말 가고 싶다던 회사의 인턴직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곳은 토스였다. 난 이미 퇴사 전에 토스 과제전형 탈락, 퇴사 후 서류탈락을 모두 한 상태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고 싶어 지원하지 않았던 인턴직에라도 지원했다.

    역시 경력 3년이 있다보니 서류는 합격했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면접 끝나고 펑펑 울었다. 왜 울었냐면, 너무 쪽팔려서. 그때부터 내가 개발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아예 바뀌었다. 완전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일단 면접은 떨어졌다. (2차 쪽팔림) 아무튼, 내가 평소에 얼마나 잘못되게 생각했는지 면접을 보고 깨달았다.

    • 회사에서 여기까지밖에 경험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거 아니야?
    •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한이 나한텐 없었는데? 그냥 회사의 선택이었는데... 내가 뭘 더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 이미 개발 환경은 입사 때부터 그렇게 되어있었는데... 생각해 본 적 없는데...
    • 나도 서비스 규모가 컸으면 거기까지 경험해 봤겠지, 근데 소규모였던 걸 어떡해
    • 내가 그렇게까지 상대방 업무를 떠먹여 줘야 해? || 내가 그렇게까지 알아야 해? 이건 개발자의 영역이 아니잖아
    •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어
    • 사람 또는 프로세스를 바꾸기엔 나에게 권한이 없었어

    물론 진짜 이렇게 모든 걸 폐급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 조금씩 특정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무기력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몇몇 개 있었다. 근데 그게 토스 면접으로 뭔가 산산조각 났달까? 저런 주제로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고, 뭔가 대화를 핑퐁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표정, 뉘앙스, 표현하는 언어, 말투 등등... 다방면에서 깨달은 것 같다. 이런 걸 깨닫고 바뀐 나의 생각은 이렇다

    • 불평불만 하기 전에 내가 바꿔보려고 해 보자
    • 뭔가 이상한데? || 뭔가 불편한데? 싶은 건 그런갑다~하고 넘기지 말고 무조건 개선해 보려고 시도해 보자
    • IT 분야에선 나에게 실이 되는 업무는 없다. 실이 되었다고 해도 그걸 득으로까지 전환하지 못한 나의 역량 부족이다
      • 물론 말도 안 되는 잡무는 당연히 아니고... 기획, 디자인, 앱, 백엔드, 인프라 등등... 이런 분야를 의미한다
      • 개발자인데 개발 업무를 아예 못하고 주업무가 달라진 건 문제다
      • 신입 때 기획 업무를 했던 게 그 당시 엄청 불만이었는데, 지금의 내가 또 기획 업무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오히려 럭키비기다. 사회생활하면 어차피 직급은 올라갈 것이고 최종점이 CTO아닌가? CTO는 기획에 대한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냥 몇 년 땡겨서 일찍 경험한다고 생각하자
      • 그리고 이 경험들을 이력서에 잘 포장해서 녹여내는 것도 나의 능력이다
    • 나에겐 권한이 없어, 어차피 난 저 사람 설득하지 못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스며들어 신뢰를 얻은 다음 내가 필요한 걸 어필하며 조금씩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 이때부터 업무에 대한 서로 간의 신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늘 가슴속에 새기며 일한다
    • 내가 만약 여기까지밖에 경험을 못해봤다면?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하며 혼자서라도 개발해 보자
      • 늘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살았던 것 같다
    • 될놈될은 말도 안 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기 커리어를 챙긴다. 너도 그런 될놈될 할 수 있어!!!!

    이런 고찰을 하면서 생각이 굉장히 열리고 넓어졌다. 그전에 이해 못 했던 사람들의 행동, 말들도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들도 많다. 이렇게 깨달은 뒤로는 오히려 신입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무슨 10년 일한 개발자처럼 2년 동안 모든 걸 다 안 다듯 무기력하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시간이 역행한 듯 더 열정이 넘친다.

     

    취업


    8월에 취업에 성공했다.

    근데 두 달 만에 퇴사했다. 퇴사 과정이 좋게 마무리된 회사는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면접 때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입사했을 때 달랐던 게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SI인줄 알았으나 주업무가 SM이었던게 내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달랐다. 아직 주니어인 나에게 SM은 이르다는 생각을 한다. SM이란걸 들은 이후로 커리어적으로 너무 걱정이 많아서 취업을 했음에도 취준 때만큼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이 당시 내가 쓴 일기에는 너무 심란해서, 너무 생각이 많아서 다음날 눈 뜨고 싶지 않다고 적어놨다.

    아무튼, 근데 진짜 취업은 운인가 보다. 그렇게 계속 출근하고 있는데, 이전에 서류 탈락했던 1곳에서 면접 연락이 온 거다. 이것조차도 감사한데, 이전에 1번 서류 탈락 후 또 같은 공고가 올라와서 그냥 한번 더 지원해보자 싶어서 했던 회사에서도 면접 연락이 온거다. 그렇게 2곳 다 면접을 진행하고 2곳 다 최종 합격 후 복지가 마음에 들었던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입사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힘든 이직 과정을 겪고


    약 8개월 정도 이직 과정을 겪고, 취업을 했음에도 그놈의 경쟁력 있는 사람이란 것에 아직도 고민은 크다. 당장 3년 뒤에도 내가 개발자를 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이 든다. 그 정도로 경제가 안 좋아지고 사라지는 회사, 팀, 잘리는 개발자가 많아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미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고절 비전공자이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기려고 한다.

    • 사이드 프로젝트 팀 합류
    • 방통대 컴퓨터과학과 입학 신청

    사이드 프로젝트에 들어간 이유는 내가 늘 소규모 프로젝트만 해봤어서 이미 모든 게 구축되고 고도화하려는 서비스에 중간 투입자로 레거시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이다. 나는 늘 느끼는 게 밑바닥부터 만드는 것보다, 레거시 하거나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에서 뭐 하나를 끼얹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들어갔다. 확실히 어렵다. 아직도 많이 우왕좌왕...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있다.

    방통대 컴퓨터과학과 입학은 정말 내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긴 하다. 나는 고졸자로서 아쉬움이 딱히 없었다. 근데 요즘 AI 스타트업이 많더라? AI 비즈니스가 마냥 쉽진 않아서 그런가... 뭔가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허들도 엄청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계속 개발자의 허들은 높아질 건데 그 수많은 개발자들 중에서 1개라도 챙겨서 우선순위가 1단계라도 올라갈 수 있다면 챙기려고 한다. 그게 바로 학력이고 전공자 타이틀이었다. 음... 근데 뒤늦게 전공하는 건데 전공자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이미 아쉬운 학력이긴 하지만, 더 아쉬움으로 남기게 두고 싶진 않아서 결정했다. 입학 지원은 마친 상태이고 1월에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아웃트로


    정말 심적으로 힘든 과정이 이었지만, 한편으론 1살이라도 어렸을 때 겪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 생에 환승이직밖에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다가 갈아탈 것이다. 

    그리고 올해 해외여행을 정말 많이 갔다.

    • 태국 방콕
    • 동유럽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 베트남 다낭

    내가 해외 여행을 왜 많이 갔냐면... 1살이라도 어릴 때, 책임져야 할 것이 없을 때, 직급이 없어서 연차 사용이 자유로울 때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회사에 있을때 정말 일 잘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C레벨이셨던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야근에.. 연차도 자유롭게 못 쓰시고 그랬던것들이 보이더라. (쓰신다고 해도 짧게 쓰시는?)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울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24년은 내가 생애 가~장 무시를 많이 당했던 한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일들이라 구구절절 썰 풀기도 뭐 한데... 그놈의 대기업 대기업하면서 나를 이미 본인보다 아랫사람으로 말하는 사건들이 종종 있었다. 진짜 너무 화나는 일이 꽤 있었다. 사람의 등급을 그저 회사명으로만 취급하는 하등한 인간들...내가 진짜 대기업 욕심 없는데...ㅋㅋㅋ 이런 일들을 겪으니까 좀 욕심이 생기더라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제 다시 커리어 시작이다.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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