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상상력에서 나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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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게시물은 지극히 주관적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기획은 없던걸 만들어 내는 거니까
    다 상상으로 만드는 거예요

     

    IT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위 문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위에 문장은 제가 실제로 회사생활 하면서 들었던 말입니다

    만약 제가 첫회사에서 저 말을 들었더 라면 "맞지 맞지" 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땐 사내에 기획자가 없었고, 이미 모든 건 정해진 내용으로 외주가 들어오는 거라서 무조건 만들라면 만들어야 하는 구조였거든요

    근데 회사를 옮기고 실제로 기획자, 디자이너와 대면해서 일해보니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기능에 버튼을 추가하려는 이유가 뭐죠?
    데이터적으로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추가인 겁니다

    위 문장은 제가 입사 후 처음으로 참여했던 스크럼 때 PO분께서 말씀하신 문장입니다
    (사실 이젠 오래돼서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습니다 쨌든!)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기획이란 결국 클라이언트 요구조건에 맞춰야 하는 거고, 클라이언트 요구에 따라 상상해서 기획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데이터 기반이라고????? 그때 정말 충격받으면서 혼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엄청 체계적이구나를 느낀 거겠죠🤣 다 근거 있게 일하는구나!!! 라며!

     

    그 이후로 저에겐 기획이란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 회사에 계신 기획자, 디자이너분들도 그렇게 일을 하셨습니다

    GA 또는 뷰저블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해서 전환율, 클릭률 등등을 따져가며 기획을 하십니다

    그냥 이 기능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그냥 여기에 버튼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하지 않을까? 식의 접근이 아닌 거죠

    하지만 아쉽게도 같이 일하는 동료는 바뀌기 마련이죠

    같이 일하는 동료가 바뀌면서 제가 느꼈던 근거와 많이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직접 겪으면서 느꼈던 개발자 입장에서 바라본 기획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근거 있는 기획이 개발자에게 미치는 영향


    일단 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첫 개발을 시작했기에,그냥 하라면 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내 눈에 구려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하며 그냥 개발했습니다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덤덤해지지 않고 의문만 쌓여가더라고요

    갈수록 망가져가는 UX와 사용자에게 별로 흥미롭지도 않은 기획을 받다 보면 왜?? 대체 왜??? 이걸 왜 해야하는 건데??? 내가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건데??? 내 생각엔 아무도 안 쓸 거 같은데??? 내가 왜 이걸 짧은 마감기간 내에 완성해야 하는 거지?? 참 부질없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일이 점점 재미없기 시작합니다

    거기다가 재미없어짐이 쌓이면 점차 제 일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듭니다

    왜냐면 그냥 시켰기에 한 거거든요 해당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기획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면 개발자들의 목표 의식도 뚜렷해지더라고요

    그걸 넘어서 동기부여까지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해당 기능을 만들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길 바라는지 계산이 되어있다? 그럼 해당 내용에서 어떤 걸 더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자연스레 같이 떠오르게 됩니다

    유저 플로우를 명확히 정해놨다? 다른 입장에서의 예외 케이스가 보이면서 이 부분에 대해 의논할 수 있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슈를 미리 예방하고 찾아낼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면 다시 일이 재밌어집니다 그걸 넘어서면 오히려 먼저 개발자가 기획자한테 제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뭔가 이렇게 될 거면 이런 식의 기능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때요???"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제가 만든 서비스에 대한 애착도 매우 강해집니다

     

     

    있으면 다 좋은 기능들 아닌가?


    당시 제 주 업무가 사내 어드민 개발이었을 때 일인데요

    사실 사내 어드민 같은 경우에는 같은 직원들이 쓰는 거니까 UX에 덜 민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웬만해선 자유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직원들이 어드민을 쓸 때 만족도가 더 높긴 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곧 좋아 보이고 편해 보이는 건 다 만들자는 건 아닐 겁니다

    이 경우가 앞서 말한 근거가 없는 기획인 거죠

    굳이 근거가 있다면 "있으면 좋으니까, 직원들도 좀 불편해하는 것 같던데?"입니다

    항상 이 레퍼토리일 땐 꼭 같이 듣는 말이 있었습니다

     

    • 직원들이 불편해한다 (그저 몇몇의 의견뿐)
    • 앞으로 이렇게 쓸 것 같다더라 (이 또한 몇몇 팀의 요구사항이고 예정일뿐 결국 만들었더니 안 씀)
    •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더라 (이 또한 몇몇의 의견일 뿐)
    • 그리 어려운 거 아니잖아 괜찮지 않아?
    • 이 정도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근데 나 같아도 헷갈릴 거 같아 바꾸자

     

    이 모든 문장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물론 기획의 시작이 저 이야기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종 기획안에서 근거가 저걸로 나오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한 사이트에 유저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해당 프로필 사진이 쓰이는 곳은 강의 후기를 남길 때, 로그인 시 보이는 헤더에 노출될 것입니다

     

    • 큰 이미지 업로드도 가능하게 해 주세요 👉 자동으로 최대 크기로 맞추는 기능 추가
    • 자유롭게 이미지를 크롭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크롭 기능 추가
    • 이미지를 꾸밀 수 있게 해주세요 👉 이미지 편집 기능 추가
    • 움직이는 이미지도 업로드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또 추가 추가추가추가.... 

     

    매우 사소한 서비스에 굉장히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었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먼저 따져봐야 할 게 있습니다

    유저 100명 중 애초에 프로필 이미지를 설정하는 유저는 50명밖에 없다고 합시다

    그리고 한번 설정한 이미지를 다음에 업데이트하는 유저는 10명 정도밖에 없다고 합시다

    10%밖에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위해 여러 가지 편집 기능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그것부터 따져보고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있으면 좋은 기능들이겠죠, 근데 사용빈도가 낮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합니다

    있으면 좋으니까 해서 바로 개발 착수시키는 건 좋지 못한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불편사항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기능 추가로 해결이 아닌, 다른 식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고, 우리의 일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니깐요

     

     

    예외 케이스는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는가?


    기획자분들은 기획 단계에서 시나리오를 짜고 유저 플로우를 정리합니다

    기획안을 다 같이 보고 있으면 꼭 개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아쉬운 예외 상황들이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유저가 무조건 정상적인 플로우를 탄다는 전제하에 Yes or No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유저의 행동은 Yes or No를 벗어난 아주 다양한 형태의 행동들을 합니다 정말 상상치 못할 정도로요!

    사실 이건 개발자들이 더 잘 알 수밖에 없긴 한 것 같습니다

    우린 에러 케이스를 무조건 같이 개발해야 되니까요

    기획자분들께 개발자만큼은 해라!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개발자도 놓치는걸 기획자라고 다 알 순 없습니다

    그럼 가장 빠르게 파악할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 기본상태에 대한 정의
    • 글자수
    • 콘텐츠의 길이 및 길이 제한
    • 유저 플로우 이탈
    • 이중 브라우저
    • 권한에 따른 분기
    • 로딩 및 에러 화면
    • 키보드 액션
    • 새로고침

     

    지금 당장 간단하게 떠오르는 걸 적은 건데도 현실은 이것보다 양이 많습니다

    심지어 이 항목들은 어떤 기능을 만들든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은 상황들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많이들 놓치고 있다는 것인데요

    더더 아쉬운건 이게 당연히 알아서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웹 브라우저 내에서 당연하게 동작하는 건 없습니다

    그건 다 개발자가 예외 처리를 해줬기에 가능한 겁니다

    기획에 예외케이스가 없으면 그게 유저에게 보이는 화면으로까지 이어지긴 힘듭니다
    (개발자가 기본적으로 처리하는 예외 케이스는 개발자들을 위한 처리일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저는 영문도 모른 채 에러난 화면을 마주하거나 좋지 못한 UX 경험을 하게 되는 거겠죠

    기획 마무리 단계에서 잊지 말고 체크해보시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저는 기획자 분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 역량에 따라 개발자들끼리의 불협화음, 프론트-디자이너들끼리의 불협화음, 개발팀의 폭파(?)까지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잘 짜인 기획은 만드는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기도 하고, 서비스의 질도 매우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읽고 있던 7가지 코드 계속 읽고 있는 중인데 기획자의 위엄을 아주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기획자란 직업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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